상벌은 나라의 큰 법규이니 한 사람을 상주어 천만 사람을 권장하고 한 사람을 벌주어 천만 사람이 두려워하게 하는 것이어서 지극히 공명하고 지극히 밝지 않으면 그 중도를 얻어서 온 나라의 인심을 감복시키지 못하옵니다.
전하께서 즉위하신 이래로 성헌 (기강을 단속하는 관서) 법사 (법률의 시행을 맡은 관서)가 글월을 여러 번 올려 탄핵하여, 누구는 곧 왕씨를 임금으로 세우려는 의논을 막아 아들 창을 도와 세운 자이고, 누구는 역적 김종연의 모의에 참여하여 행제소에서 내응한 자이고, 누구는 여러 장수들이 천자의 명을 받들어 신우를 왕씨가 아니라 하여 왕씨를 회복하기를 의논할 때에 신우를 맞아들여 왕씨를 아주 끊어 버리려고 꾀한 자이고, 누구는 윤이, 이초를 중국에 보내어 친왕이 천하의 군사를 움직이기를 청한 자이고, 누구는 숨어서 선왕의 유손을 길러 도리에 벗어나는 일을 몰래 꾀한 자라 하여, 소장이 여러 번 올라와서, 비록 전하께서 염려하기에 바쁘도록 수고롭혔사오니 이제껏 명백해지지 않아서 공도에서 두 가지를 잃은 듯하옵니다. 그래서 말이 분분하여 지금도 그치지 않으므로, 신들이 이르기를 마땅히 성헌, 법사에 명하여 함께 의논하여 확정하되, 관련자들의 옥사 (죄를 따지는 자리에서 진술한 말) 서류를 가지고 다시 더 상세히 따라서 누구는 죄가 용서될 수 없으면 의당 법으로 처치하고, 누구는 정상이 의심할 만하면 의당 가벼운 법에 따르고, 누구는 죄 없이 무고당하였으면 의당 놓아 주도록 하여야 한다고 하였사오니, 옥사에 관한 글이 올라오거든 전하께서 조정 문 앞에 앉으시어 보필하는 신하들을 불러 친히 입회하여 기록을 심사하여서 억울함이 없도록 하신 뒤에 죄주어 내쫓고 용서하여 놓아 주시면 인심은 감복하고 공도는 행해질 것이옵니다.
- 13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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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주가 1392년 2월 [新律] 을 만들어 왕에게 상신하자 왕은 여러 번 칭찬하고 "이 율이 마땅히 익히 연구해서 책정을 마친 다음이라야 세상에서 행할 수 있다. 만일 거듭 살피지 않고 그대로 결정한다면 삭제할 조문이 있을까 염려된다. 법률이란 한 번 정하면 변경할 수 없다" 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