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명백히 위기를 맞고 있다. 아랍의 봄과 오렌지 혁명으로 비추었던 독재 정부 틈새의 민주주의의 서광은 또 다른 전제적 정부와 독재 정부의 집권으로 그 빛을 잃었다. 나치즘과 아파르트헤이트와 빈곤의 위기에도 민주주의는 그리스, 스페인,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소비에트 연방에서 수많은 독재 정부를 물리치고 전 세계 인구의 40% 이상에게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제도를 전파했지만, 21세기에 들어 그 자유도는 꾸준히 하락했다.
베를린 장벽 붕괴와 소비에트 연방 해체 이후의 러시아는 전 KGB 국장 출신의 '포스트모던 짜르' 푸틴이 정적들을 압살하며 집권중이고, 베네주엘라와 우크라이나 아르헨티나 등이 그의 뒤를 따르고 있다. 이라크에서의 두 번의 전쟁 이후의 중동 지역에 대한 민주주의 이식은 미국의 제국주의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이집트에서 무바라크의 하야는 무슬림 형제단의 또 다른 전제 정부로 대체되었을 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994년부터 일당 집권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터키의 이슬람적 민주주의 실험은 부패와 독재로 타락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도 경제 성장이 민주주의 체제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상징적이고 강력한 위협이다. 집권 단일당에 의해 엄격히 통제되는 금융과 경제 체제는 금융 위기를 잘 피해나갔고 30년마다 삶의 수준을 두 배씩 향상시켜나간 결과 중국의 독재 정부는, 85%의 국민 지지를 받고 있다. 한편 자유민주주의의 상징 미국의 정부 지지율은 31%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양당의 양극화와 게리맨더링, 로비스트에 의한 금권 선거와 이권 집단의 영향력 강화로 비틀거리고 있고, EU조차도 일부 국가들의 테크노크라트들이 회원국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관료체제로 변질되어가고 있다. 세계화 또한 시민국가의 의사와 참여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국제 무역과 세계 금융의 성장으로 IMF나 WTO 등 국제 기구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국가 기반의 민주주의 시스템은 기후 변화나 역외 탈세 등 국제 문제를 다루는 데 취약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주의 기반의 선진국 국민들도 정치 체제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 1950년에는 20%의 영국 국민이 정당원이었으나 현재는 1%에 불과하고, 절반 이상의 EU 시민들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플라톤의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가 옳았던가? 토크빌이 지적한 대로 민주주의는 언제나 실제보다 약해 보이기 마련이다. 겉으로는 항상 혼란스럽고, 무책임하며, 나약한 듯 하지만 민주주의는 결국 전제정부보다 더 나은 대안들을 더 창의적인 답안들을 찾아내곤 했다. 제임스 메디슨과 존 스튜어트 밀이 단호하게 주장한 바 대로, 민주주의는 강하고 불완전한 메커니즘이다. 신중하게 설계되어야 하고 인간의 창조성을 연결하며 탐욕을 잘 견제해야 한다. 현재 수많은 민주주의 실험들이 실패한 원인은 '선거' 에 대한 과도한 열정에 기인한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21세기에 가장 성공한 체제로 자리잡은 민주주의의 정체는 국가 권력의 견제와 표현 및 집회의 자유와 같은 개인의 권리, 다수결주의에 대한 경계와 강력한 분권으로 인한 권력 집중의 예방에 있다. 이 시스템은 끊임없는 학습과, 설득과, 반 자유와의 투쟁과 그리고 균형으로 유지되고 또 성숙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