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구매는 흔히 사회적 허영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나폴리 속담에서는 "Chi ha danari compra feudied ebarone 돈 있는 자는 땅을 사서 귀족이 된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귀족으로 사회적 상승을 하는 길이다. 16세기 제노바 상인들은 나폴리 왕국의 영지를 사들였고 18세기 파리의 귀족들은 브르타뉴나 로렌의 영지를 사기도 했다. 아우크스부르크의 푸거 가는 그들의 최고 융성기에 슈바벤과 프랑켄의 영지와 공작령들을 구입하여 훌륭한 방식으로 관리했다. 리옹에 진출한 이탈리아 상인들, 나폴리의 제노바 사업가들은 영지를 사고 그것으로 귀족 작위를 얻기도 했다. 영지를 구입하고, 조림을 개조하여 자신의 성을 두르는 것은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과 자신의 주거를 구분짓는 강력한 수단이었다. 나탄 로스차일드도 자신의 별장을 갖는 것이 꿈이라고 술회한 바가 있다.

 

그러나 토지는 단순히 허영과 계급의 상징에 머물지 않는다. 도시 근처의 땅을 사서 식량 공급을 확보해놓는 것은 신중한 방책이다. 상인들은 땅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곤 한다. 1408년 4월 23일 피렌체의 상인 무카 델 세라는 프라토의 상인인 프란체스코 다티니에게 이런 편지를 보낸 바 있다. "당신에게 부동산을 사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나 역시 요즘에는 전보다 더 열심히 그렇게 합니다. 적어도 땅은 바다에서의 사고, 정직하지 못한 고용인이나 파트너, 파산 등으로부터의 위험이 없습니다. 그런 만큼 나는 당신에게 충고하고 또 그렇게 하기를 요구합니다. Piuve ne conforto e pregho"

18세기 라 로셸 상인들은 포도밭 소유권의 지분을 구입하여 돈을 예비해놓고, 필요한 순간에 큰 어려움 없이 회수할 수 있었다. 16세기 앤트워프의 상인들은 주변 지역의 토지를 근거로 돈을 빌리고 신용을 증대시켰으며, 그 토지 자체로 소득을 얻기도 했다.

 

21세기 초엽의 대한민국은 흔히들 부동산 공화국이라고 부른다. 한국의 부동산 시가 총액은 약 9천조 가량으로 GDP 의 10배에 달한다. 부동산 경제에 편입되기 위해 혹은 탈락하지 않기 위해 모든 경제활동주체들이 투자하는 그들의 소득과 유무형의 자산에 대해서 굳이 다시 기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한국인들이 유달리 땅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종특'적 분석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2014년 현재 한국의 부동산은 거대한 금융부채에 저당잡혀 있고, 건물 매매가는 상승을 멈추었으며, 마치 1584년 베네치아 티에폴로 피사니 은행이 담보용 토지자산을 껴안고 파산했을 때처럼 토지자산에 매몰된 자본을 융통하지 못할까 하는 거대한 공포가 투자자들을 짓누르고 있다.

 

다른 수많은 사례들이 보여주듯, '땅 사랑'에 대해서도 한국인들은 별로 특별하지 않다. 다른 나라 사람들만큼 허영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만큼 신분상승을 원하며 다른 역사만큼 익숙하지 않은 자본 형태를 두려워한다. 때문에 한국의 경제규모와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과도한 비율이, 검증되지도 않고 검증할 수도 없는 한국인의 특성 어쩌고 보다는 금융과 인적자산 및 신용평가체제가 자리잡지 못한, 자본시장의 미성숙에 기인하는 점이 크다고 생각한다. 현대 금융자본 운용의 최대 주체이자 첨단에 서 있어야 할 '은행'이 신용자본 창출과 파산보증을 어디에 주로 담보잡는지만 봐도 명백하다. 아직 자본주의가 성숙하지 않은 것이다.

Posted by 김구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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