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재앙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서구 국가들은 토지 부족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냈는데, 어떤 것들은 독창적이었고 – 고층 건물, 인공 비료, 교외 지역 – 어떤 것들은 비도덕적 – 식민지 개척, 토지소유의 몰수 – 인 방식이었다. 발달한 교통수단은 더 먼 토지를 가깝게 이용할 수 있게 했고, 지구 반대편에서 곡물을 수확하거나 더 먼 교외 지역에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높은 생산성은 더 좁은 농장에서 더 많은 작물을 생산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GDP 대비 토지의 가치도 크게 하락했다. 20세기 후반 선진국 경지에서 토지는 충분히 주변화되어, 경제학 교과서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지 않을 소재가 되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일부 미래학자들은 교통과 통신의 발전이, 토지와 입지의 중요성을 실제 삶에서 떨어뜨릴 것으로 교과서에 기재하고 믿곤 했다.
그러나 토지에 대한 관심은 다시 폭발하기 시작했는데, 이제 문제는 토지 전체의 공급부족이 아니라, 특정 장소의 부족 – 세계경제의 불균형한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도시 공간의 부족이 핵심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장소에 대한 높은 토지가격은 성공에 수반되는 필연적인 결과 같은 것이었는데, 그러나 또한 세계경제에 가혹한 비용을 요구하는 왜곡의 산물이기도 했다. 혹자는 1960년 이후로 이 왜곡은 미국의 GDP 를 13% 이상 손상시켰다고 추산했다.
Old kent road to mayfair
토지의 새로운 위상은 두 가지의 발전에 근거한 것인데, 첫째는 역설적으로 1970년대 이후로 두드러지기 시작한, 컴퓨터와 통신의 발전이다. 어떤 면에서 이 혁명은 Frances Cairncross 가 전망했던 ‘거리의 종말’ 과 함께 온 것인데, 서플라이체인은 국경과 대양을 초월하여 소비자 서비스와 재화를 공급할 수 있게 된 현상과 함께한다. 거리는 죽었지만, 입지는 그러하지 않았다.
20세기 중반 선진국에서는 수많은 활기넘치던 대도시들이 축소되었다. 1980년대에 이중 일부는 부활하였는데, 하버드대의 Edward Glaeser 와 CREI의 Giacomo Ponzetto 는 이것이 수익성 좋은 지식집약적 산업의 성장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했다. 트레이더들은 더 많은 투자자를 통하여 더 많은 금액을 관리할 수 있게 되었고,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세계시장을 통하여 더 많은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지식집약적 경제활동의 산물이 폭증하자,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장소의 가치도 그렇게 되었다.
Lund 대학의 Thor Berger 와 옥스포드 대학의 Carl Benedikt Frey 또한 이 사상을 지지하는데, 1980년대 이전에는 도시 노동력의 숙련도와 새로운 종류의 직업을 창출해내는 역량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80년대 이후로 새로운 카테고리의 고숙련 직업군과 더 많은 수요들이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Mr Glaeser 연구진은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인구와 이 지역 내 노동자들 생산성의 강한 상관관계를 발견하였다. 아이디어 중심 산업이 자리잡은 도시에서는 노동자들이 더 지식을 더 빠르게 모으고 축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류 도시들은, 다른 도시들이 쉽게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혁신적 활동의 뜨거운 요람이 되었다. 무리를 이루어 모인 사람들은 서로의 고용 기회와 잠재적 소득을 북돋았고, 방갈로르에서 오스틴까지, 밀란에서 파리까지, 토지는 결과적으로 더욱 희소하고 귀중한 자원이 되었다. 그 결과; 켄터키 지역의 시골 토지 1헥타르의 잠재적 가치는 실리콘밸리 산타클라라 1헥타르의 가치에 비해 한없이 조그마해졌다.
산타클라라 토지의 부활에는, 아직 더 지을 것이 많음에도 또다른 고통스러운 요소들이 뒤따랐는데 바로 증가하는 토지사용규제였다. 세계적 IT 기업들의 고향인 마운틴 뷰의 산타클라라 타운을 예로 들자면, 아직 시내 주택의 절반 가량이 1인 가구 건물들이고 인구밀도는 이제 제곱킬로미터당 2,300명을 갓 넘은 수준으로써, 딱히 엄청나게 밀집된 도시도 아닌 샌프란시스코의 1/3에 불과하다.
이런 클러스터링이 지역경제에 일으키는 반향과 그 비용 – 이를테면 19세기의 붐비는 슬럼가들이 범죄와 전염병과 환경오염과 계층갈등의 온상이 되었던 - 을 고려해 보면 토지사용규제의 증가는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정부는 이러한 빌딩들에 새로운 규제를 적용하거나 연장하여 고도와 디자인을 제한하고 주차장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그린벨트를 강제하기도 했는데, 또한 이런 규제들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게 복제되었다.
대도시경제가 20세기 이후 부활하면서 인구도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런던과 뉴욕의 중심부에 사는 인구가 이토록 많아진 시점은 없었다. 그렇게 주택 건축의 질에 대한 상승한 요구도 규제의 덤불과 부딪혀 예상치 못한 결과들을 빚어내기 시작했다.
맬서스의 친구이자 또한 저명한 경제학자인 리카르도는, 이러한 희소자원의 소유자들이 뜻하지 않은 횡재를 하게 되는 지대추구경제들에 대한 예견을 했다. 곡물의 공급이 부족해지면 곡물가가 상승하고, 이는 지주들로 하여금 더 많은 토지를 경작하게 한다. 높은 식량가격은 모든 지주들에게 이익이 된다. 그러나 높은 생산성을 가진 땅을 깔고 앉은 군주는, 어떤 혁신이 없이도, 그가 어쩌다가 갖고 있던 자원을 더 많은 사람들이 원하게 된 고로 그의 소득이 갑작스럽게 뛰는 걸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오늘날 세계의 도시들이 직면한 문제들이다.
예일대학교 Robert Shiller 의 추산에 따르면, 미국에서 새로운 주택을 건설하는 비용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80년대와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러나 2000년대의 자산버블은 주택가격을 동기간 대비 30%이상,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60% 이상 밀어올렸다. 미국만이 아니라, 경제의 변화는 전 세계 모든 도시들을 부활시키고, 주택값을 뛰어올렸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에서, 주택 가격에는 어느 떄보다 거대한 부가 담겨 있다.
Belleville to Rue de la Paix
이 문제를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상승하는 집값은 상승하는 토지값의 산물로 본다. 일리노이 대학의 David Albouy와 미국 의회 예산국의 Gabriel Ehrlich 는 미국의 토지값이 총 주택가격의 1/3, 도심지에서는 절반에 달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주택가격에서 토지값이 차지하는 높은 비중은 필연적으로 토지보유자의 높은 지대地帶수익으로 이어진다.
만일 고도와 밀도에 대한 법적 제한이 완화된다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땅의 규모는 감축될 수 있다. 이는 지주들에 의한 지대수익을 감소시키고 새로운 개발수요는 재빨리 충족될 수 있다. 마치 농업생산성의 향상이 농지보유자들의 경제적 영향력을 감소시켰던 19~20세기의 흐름처럼, 개발 제한의 완화는 전체 경제에 있어 고정 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경제활동의 더 많은 소득이 노동자들과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건물 규제가 도시 지역의 생산성을 낮추고 비용은 비대하게 만드는데,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Mr Glaeser 와 Raven Saks, 그리고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Joseph Gyourko 는 공급을 제한하는 규제로 인한 자산 비용을 산출하는 시도를 하였는데, 이들이 '그림자 세금 shadow tax'이라 명명한 이 비용은 1998년 워싱턴과 보스턴에서는 20%, 샌프란시스코와 맨하탄에서는 무려 50%에 달했다. 그리고 사정은 그 후로 명백히 더 나빠졌다.
런던경제대학의 Paul Cheshire 와 Christian Hilber 팀 또한 비슷한 추산을 시도했는데, 2000년대 초반 이 '그림자 세금'의 규모는 밀라노와 파리에서는 무려 300%, 런던에서는 450%, 특히 런던 서부지구에서는 무려 800%에 달했다. 유럽의 경제적 중심지 상업부동산의 가치를 차지하는 가장 큰 몫은 새 건물을 짓기 어렵게 만들어 놓은 데에서 기인하는 것이었다.
런던 메이페어 지구 (동부 고급주택가) 조차도 높은 임대료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 터인데, 그러나 이런 효과들은 부자들보다는 빈자들에게 더 타격을 입힌다. 미국의 주택보유자로 말할 것 같으면, 가구들의 60%가량은 중산층의 대부분이 주택가격상승으로 인한 이득을 보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뉴욕 대학교 Edward Wolff 는 이 부의 효과가, 모기지 채무의 동반상승으로 인해서 실제로는 훨씬 줄어든 데에다가, 주택을 임대한 세입자들에게는 높은 생활고를 안겨주었다고 지적한다.
베스트셀러이기도 한 '21세기 자본'의 저자인, 파리 경제대학 Thomas Piketty는 주택의 부가 불평등 심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MIT의 Matthew Rognlie 또한 국가 소득의 상당수가 노동자가 아닌 자본소유자로 몰리고 이 흐름이 더 커지는 현상이 바로 높은 주택가격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1950년 주택가격으로 인한 자본소득은 GDP 의 3%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0%를 넘어서고 있다.
토지임대는 지주들에 의해 신흥경제 또한 장악하고 있다. 자산관리기업 CBRE 는 베이징과 뉴델리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오피스 시장 중 하나이고, 쿠알라룸푸르와 자카르타는 가장 빠르게 상업용부동산가격이 등귀하고 있다고 말한다. 토지가격의 극단적 상승은 성장하는 경제에 치명적인데, 특히 잘못 규제된 자산시장은 더 많은 피해를 의미한다. 인도의 대도시는 짐덩어리인 규제와 빡빡한 임대료 제한, 그리고 복잡한 토지용도규제가 경제성장의 패턴과 과실의 분배를 왜곡하고 있다.
지대의 상승은 또한 자산보유자로 하여금 부패와 자원의 낭비를 하는 유인을 제공한다. 지주들은 개발제한규제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설정하도록 정치인들에게 현금을 제공하고 횡재를 노리게 마련이다. 2014년 10월 인디아타임스는 뭄바이 중심부에 개발계획을 승인받기 위해 제공해야 하는 뇌물의 액수가 건축비의 절반에 달한다고 고발한 바 있다.
토지의 부활이 보여주는 가장 추한 일면은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브레이크가 될 수 있다. 경제가 노동자를 생산적으로 일하게 하고 그리하여 부유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사람과 자원을 낮은 생산성의 세그먼트에서 효율적인 위치로 재조정하는 것이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이는 좀비 기업이 사업을 접고 좋은 기업이 크게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에서도 마찬가지 원리가 작동하는데,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는 노동자들의 부족은 높은 임금으로 노동자들을 유혹하도록 하게 되고, 그 결과 모여든 유능한 노동자들과 기업의 클러스터는 높은 임금과 생산성으로 인해서 경제 전체의 헤택으로 이어지게 된다.
Mediterranean Avenue to Boardwalk
그러나 이런 성장의 흐름은 많은 경제권에서 부러지고 있다. 노동자가 높은 임금을 좇아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하려면 일단 지역 노동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집을 구해야 한다. 가까운 집을 구하기 위한 입찰경쟁은 제한된 주거공간을 꽉 채울 때까지 밀어올려지고, 유능한 노동자들을 끌어오기 위한 신호가 되어야 할 임금들은 임대업자들의 호주머니로 흘러들어가면서 이 불공정은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저항을 촉발시켰다. 많은 노동자들이 (비효율적으로) 저임금 일자리를 감수하곤 하는 까닭은, 그런 직장밖에 없지만 집값이 저렴한 지역에 머무르는 게 그나마 나은 길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경제는 손상된다.
Chicago Booth School of Business 대학의 Chang-Tai Hsieh와 UC버클리의 Enrico Moretti는 이러한 비용에 대해서, 캘리포니아 베이 지역의 까다로운 건축규제가 없었더라면 총 고용은 5배까지도 증가할 것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제손실은 1964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의 총 GDP 를 대략 13.5% 낮추었을 것이라고도 보았다. 현 경제규모와 대비하면 이 액수는 연간 총 2조 달러, 인당 1만불에 달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세계의 도심부족 문제는 거의 인공적인 문제라는 점인데, 힘든 점은 그게 해결이 쉬운 문제는 또 아니라는 점이다. 까다로운 토지 규제는 가장 정치적으로 복잡하고 민감한 이슈이다. 또한 그것은, 상업과 이민 관련한 것들 처럼 유해한 이슈이기도 하다. 새로운 재화와 사람을 받아들이는 사회는 결국 이익을 보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경쟁을 통해 일부의 비즈니스를 밀어내고 문화적 변화는 불균형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 피해는 반대세력을 규합하고, 그렇게 토지가 이익을 본다.
이는 결국 정책적으로 풀어야 하는데, 정부는, 자유시장경제로 인한 이해를 보전하듯 밀집적 개발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도록 특정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새로운 개발로 확충한 세수를 개발반대운동과 협상하는 데 지출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아니면, 리카르도의 후계자인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제안인 '토지가치세'를 고려해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세금은 이윤에 대한 유인을 변경함으로써 경제활동을 왜곡시키고는 하는데, 토지세는 토지의 공급을 감쇄시킬 수 없을 뿐더러 토지가 비생산적으로 사용되는 행위에 과세함으로써 경제활동을 촉진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제표준이 항상 거기 있기 때문에 - 도시의 입지를 룩셈부르크로 옮길 수는 없으므로.
뉴욕 시장인 Bill de Blasio는 도시의 빈 로트에 시세별로 과세함으로써 브롱크스와 주변부의 활용을 망치는 구역의 거래를 활성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인 문제들이 있는데, 단단하게 연결되고 조직된 부자들을 건드려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른바 재정순수주의자로 불리는 에스토니아는 1993년 토지세를 도입하였으나 이는 여러 단계의 밴드로 나뉘어진 복잡하며 약한 세제이며 또한 주택보유자에 대해서도 공제하고 있다.
이미 부유함의 축복을 받은 자산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또 다른 접근도 방해하곤 하는데, 더 빠르고 많은 수용량을 가진 교통망의 연결을 통한 도시의 확장이 그것이다. 교통을 개선하기 위한 어떤 정책들 - 교통혼잡세라거나 - 은 저렴한데 비해, 대도시에서의 새로운 인프라는 느리고 비싸다. 런던의 새로운 지하철 라인 - Crossrail - 은 이미 유럽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드는 프로젝트가 되어 있다.
제트팩이 없는 한, 기술이 어떤 대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언젠가는 거리의 포학을 극복할 만한 기술이 등장하여 이 모든 문제들을 걷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가상현실과 소셜네트워크는 인접성이 없이도 고밀도의 이득을 결합할 수 있다. 그러나 리카르도에 있어서도, 결국 고층빌딩과 지하철 이상이긴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