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의 금융위기는, 시장경제의 내재적 흠이 아니라 원죄론, 채무 불관용론 debt intolerance theory 등에서 보이듯 시장경제운영을 잘못한 후진국이나 신흥시장경제의 문제가 아닌 선진국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바젤위원회가 채택한 바젤 III 는 경기역행적 버퍼를 포함한 완충자본을 쌓게 하는 등 자본충실화를 대폭 강화하고 자산확대 억제 위한 레버리지 비율, 긴급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한 다양한 규제를 부과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위기 발생 시 위기비용을 줄이는 동기가 있으며, 예전에는 거품인지 여부는 꺼질 때까지는 알 수 없으므로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는 이른바 신중한 무시 benign neglect 전략과 대조되는 것이다.
금융안전망에 대한 전통적 시각은 그린스펀의 연설에서 잘 드러난다. 시장 규율을 대체하는 금융안전망은 은행부채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을 낮추었고, 자산 위험과 차입위험 간 연결고리, 예금비용과 다른 부채비용간 연결고리가 약화되었다. 정부보호가 당연히 예상되면서 은행의 위험추구행위에 대해 예금자들의 감시가 약화되었다. 그에따르면 건전성 규제 감독이 시장 규율을 대체하고, 그 결과 높은 위험을 수반하는 투자가 실물경제에 적정한 위험이 따르는 투자를 구축하는 자원왜곡이 발생하게 되었다. 그린스펀은 현실적 대안으로서 금융안전망 규제체계를 위험에 대한 적절한 pricing 이 반영되도록 설계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은행이 의무적으로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되 가산금리가 일정수준 이상인 은행은 예외 없이 문을 닫도록 하는 Calomiris (1999) 의 제안이 대표적인 예.
그러나 이러한 시장신뢰에 기반한 시장규율은, 민스키의 금융불안정 가설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위기는 글로벌세계의 중심국가에서 발생했으며 국제사회의 컨센서스는 시장경제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회의론으로 돌아선 것이다. 19세기 은행들이 기술 및 정보통신이 발전함에 따라 경쟁이 심화되면서 더 평판을 얻기 위해 위험관리를 위한 시장규율을 도입해냈는데, 당시 은행들의 자본비율이 현재보다 훨씬 높았던 것이 그 증거다.
미시건전성 정책과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기능, 예금보험 그리고 보유외환 등으로 요약되는 위기관리기능이 전통적 금융안전망이라면, 새로운 금융안정프레임워크는 거시건전성정책, 통화정책, 금융회사의 행위규제, 금융소비자보호, 회계제도 등을 포함한다.
Claessens et al. (2012) 는 1960년부터 2010년까지 44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하여 경기순환과 신용순환이 겹칠 때 금융가속기 및 담보의 역할을 수행하는 부(富)의 외부효과가 동반되어 진폭과 강도가 강화되는 사실을 규명했다. '좋은 신용 붐'은 금융심도를 높이고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나쁜 신용 붐'은 금융불안정과 경제적 불균형을 초래하나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신용순환은 경기순환과 꼭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에 금융의 경기순응성이 중앙은행들의 물가안정목표 inflation targeting 체계로 강화될 수 있다. 신용 붐은 단기로 자금조달하고 장기로 자금 공여하는 만기전환으로 단기금리를 높이는 압력을 준다. 한편 물가안정통화정책을 수행하는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전망이 목표 밴드 내에 있는 한 시장금리가 정책금리에서 일정수준 이상 벗어났을 때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대신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시장금리를 인하하고자 하여 결과적으로 유동성이 늘어나게 된다. 통상 신용순환이 경기순환보다 길기 때문에 물가안정 하에서 신용 붐은 과잉유동성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30여년 전 당시 중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불었던 금융자본자유화는 금융시장의 내생적 불완전성과 정책딜레마로 의도하지 않았던 불안을 동반하였으며 많은 나라에 위기를 초래했다.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의 전면적 외환자유화 조치에서도 탈규제, 자유화의 부작용은 발생하였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막대한 해외자본의 유입과 갑작스런 중단 및 역류가 일어났고 막대한 외환보유액에도 불구하고 보유외환이 줄어드는 공포와 자유낙하하는 환율 공포 사이에서 외환당국으로서는 균형 정책을 수용하는 수밖에 없었으며 한미 통화스왑협정 발효시까지 외환불안은 계속되었다.
국제금융위기는 자본흐름이 동반하는 위험에 대한 자기보험으로서 적정보유외환수준에 대한 논란과 함께 자본통제의 당위성도 제기시켰다. 유입된 해외자본이 외환준비금으로 적립되지 않는 한 자본유출 시 외환불안은 불가피하다. 그리스펀 룰은 외환당국이 최종보험자로서 1년 만기 단기외채를 보유외환으로 적립할 것을 제안하나, 피보험자가 적정 보험프리미엄을 지불하지 않으면 모럴해저드 우려가 있다.
환위험을 회피하려는 기업의 환헤징은 거래상대 은행의 외화차입을 동반하고 이는 잠재적 통화, 만기불일치 위험을 동반하며 결국 최종보험자인 외환당국에 환위험이 전가되는 결과가 된다. Rodrik (2006) 은 보유외환을 유지하는 비용으로 통상적 준 재정비용이 아닌 외화자금 조달금리에서 보유외환으로부터의 수익률을 차감하는 사회적 비용으로 정의하며 이 때 단기외채를 은행의 선물환포지션 규제, 외화차입금에 대한 거시건전성부담금을 부과하면 이는 부정적 외부효과 차단을 위한 피구조세가 된다.
국제금융위기는 금융불안정이 경상수지적자가 아니라 외환에 대한 적자경제주체인 은행권의 대외자산과 부채의 불일치에서 비롯하였다. 즉 자본흐름의 경기순응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외화차입을 억제하는 거시건전성규제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대외자산의 부채는 유출입 자본규모만이 아니라 환율 및 투자자산의 가격변동에도 영향을 받는다.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급속히 높아진 자본이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신흥시장국가들이 보유외환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고, 이를 공급하는 미국은 저렴한 자금조달비용으로 위험자산 투자하여 대외자산이 대외부채에 대해 높은 초과수익을 실현함으로서 지속가능한 불균형이 유지되고 있다.
경상수지흑자에도 불구하고 대외부채 증가율이 대외자산을 압도하는 현상은 자본유입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외환부문의 건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함의를 가진다. 외환부문에 대한 거시건전성정책은 은행권의 과다외화차입을 어느 정도 잘 억제했다. 그러나 비거래요인 즉 해외자본이 얼마나 들어왔는가가 아니라 유입된 자본이 얼마나 벌었는가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금융안정체계의 핵심은 외환부문 건전성이며 그 중심에 자기보험으로 일차적 위기관리하는 외환시스템이 있다. 그러나 대외자산 증가율이 대외부채에 크게 못미침으로 인해 경상수지흑자기조에도 대오자산과 부채 불균형이 심화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신흥시장국 특성상 대외부채 상당부문은 국제통화로 표시된다. 이로 인해 경제가 외환에 대한 매도포지션을 취하게 되며 환율변동에 따른 평가효과 또는 부(富)의 효과가 경기순응성을 가지게 된다. 대외충격으로 자국통화 환율 절하가 발생하면 대외부채의 실질가치가 증가하여 충격의 파급효과가 커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2012년 기간 대외부채 가운데 원화 표시비중은 평균 57% 달러화는 35%에 이르고 원화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한편 50년 이상 대규모 경상수지적자로 대외부채가 대외자산보다 훨씬 큰 오스트레일리아는 대외부채가 대부분 자국통화로 표시되거나 헤징됨으로써 자국통화에 대해 매도포지션을 보인다. 그 결과 환율과 평가효과는 해외통화로 표시한 순대외부채가 반대로 움직이는 경기역행성이 존재하고 있다. 이는 통화국제화의 진전으로 오스트레일리아의 통화에 대한 해외수요가 충분히 창출될 수 있으며 따라서 외환당국이 외환에 대한 최종보험자로서의 기능을 수행해야 할 여지는 별로 없는 것이다.
- <비통념적 시각에서 본 금융안정체계의 구축>, 김경수 中